국회입법조사처 대형산불 2건은 “착시”…2026년 산불 367건, 피해면적은 2024년의 6배
국회입법조사처 특별보고서 분석…산불 367건·피해면적 727.58ha, 건당 피해 4.5배로 확대 주민대피계획 의무화 등 부분 진전, 초기 지휘 공백·지자체 편차는 과제로
2025년 3월, 대한민국은 역사상 최악의 산불을 겪었다. 사망 31명, 재산 피해 1조 974억 원, 산불 피해면적은 10만 4000ha, 산불영향구역(화선 경계 기준)은 4만 8239ha(국회입법조사처)에 달한다. 그로부터 1년, 정부는 “달라졌다”고 말한다. 2026년 5월 말까지 발생한 100ha 이상 대형산불은 단 2건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18일 펴낸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 2일 ‘영남권 대형산불 1년,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을 바꿔야 하나?’를 주제로 개최한 ‘영남권 대형산불 1년 후속 조치 보고서 발간 보고 및 토론회’에서 이 ‘2건’이라는 숫자부터 다시 들여다볼 것을 주문했다.
‘2건’의 착시…2024년보다 산불 88건, 피해면적 6배 늘었다
보고서의 첫 번째 지적은 비교 대상이다. 정부는 2026년 대형산불 2건을 산불종합대책의 성과로 평가하지만, 입법조사처는 이를 “이례적으로 피해가 컸던 2025년과의 단순 비교에서 비롯된 착시”로 봤다.
평년 수준이었던 2024년과 견주면 그림이 달라진다. 산불 발생 건수는 279건에서 367건으로, 피해면적은 123.27ha에서 727.58ha로 약 6배 늘었다. 건당 피해면적도 0.44ha에서 1.98ha로 커졌다. 100ha 이상 대형산불이 20년간 한 해 1건 이하였던 해가 절반인 10년, 2회 이하가 13년(65%)이었다는 통계에 비춰보면, 총력 대응을 한 해에 2건은 “일반적인 해와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적지 않은 횟수”라는 것이 보고서의 평가다.
기상 여건도 달랐다. 2025년 3월 21~26일 전국 평균기온은 14.2℃로 평년보다 7.1℃ 높아 관측 이래 최고였고, 강수 부족·낮은 습도·강풍이 동시에 나타난 이례적 사례였다. 반면 2026년 봄철 강수량(268.1mm)과 강수일수(24.6일)는 모두 평년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단기적 기상 여건이나 일시적 통계 감소에 안주하는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휘 체계, 단계는 줄었지만 ‘초기 공백’은 남았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지휘 체계다. 정부는 산불 대응 단계를 ‘초기+확산 3단계’에서 ‘초기+확산 2단계’로 줄이고, ‘2026년 1월’에는 산불 규모와 상관없이 산림청장이 지휘하도록 바꿨다. 공중진화대는 104명에서 200명, 특수진화대는 435명에서 555명으로 늘었고, 다목적 산불진화차 76대가 새로 도입됐다. 지난 3월에는 행정안전부·소방청·경찰청·기상청이 참여하는 국가산불대응상황팀도 신설됐다.
그럼에도 보고서의 평가는 냉정하다. “‘재난성 대형산불 우려 시’라는 모호한 전제조건이 지침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산불은 작은 불씨에서 시작해 대형화하는데, 이미 커질 것이 우려되는 시점에야 산림청이 나서겠다는 것은 초기 진화 단계의 컨트롤 타워를 공백으로 남겨두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초기·1단계를 맡는 기초지자체는 중소형 임차 헬기 1~2대와 60대 이상 고령층 중심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재난대응단(9272명) 출범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봄철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여름 산사태현장예방단, 가을 병해충예찰방제단을 연중 운영하기 위해 통합한 것에 불과하다”며 전문성 강화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향후 과제로는 소형 산불 단계부터의 선제적 지휘, 그리고 ‘피해 면적’이 아닌 ‘동원 자원·현장 수요’ 기준의 대응 단계 재설계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갈린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소형 산불부터 산림청의 선제적 지휘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중소형 산불은 지자체 중심으로 대응하고 산림청은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대신 그는 산림청 지휘부에 대한 지휘 역량 훈련의 체계화·의무화를 주문했다. “안전한국훈련 등 합동훈련이 연 1회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장은 반대 방향에서 산림청 강화를 주장했다. 그는 “산림청의 자원 동원 권한을 협조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명령 수준으로 강화하고, 산림청 주도 ‘범부처 협력형’ 재난관리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립산림재난교육훈련센터 설립 가속화, 야간 진화 가능 헬기 도입도 함께 제시했다.
주민 대피, 법은 생겼지만 지자체별 편차 여전
주민 대피 분야에서는 뚜렷한 제도적 진전이 있었다. 산림재난방지법 제9조의2가 신설(2026년 5월 12일 공포·11월 13일 시행)돼 산림 재난 위험지역 지자체에 주민대피계획 수립이 의무화됐다. 정부는 초고속 산불 대비 주민대피체계 개선 방안을 통해 평균풍속 대신 최대순간풍속을 적용하고, 경북 사례의 산불 확산 속도 8.2km/h(최대순간풍속 27.6m/s)를 기준으로 5시간 이내는 즉시 실행, 8시간 이내는 실행 준비로 구분하는 정량 기준도 마련했다.
문제는 현장이다. 보고서가 울산·경북·경남의 주민 대피 계획을 비교한 결과, 경북 영양군은 대피소 지정 현황·산불 취약 시설·마을순찰대·우선 대피 대상자 명단·사회복지시설 대피 계획까지 담은 반면, 경남도와 산청군은 부서별 임무 정도만 구체화한 수준이었다.
교육·훈련 실적도 편차가 크다. 2026년 1~4월 공무원 산불 교육 이수자는 1만 562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6.8% 늘었지만, 피해액 3·4위였던 경북 영덕군(2319억 원)과 의성군(2096억 원)은 산불 이후에도 자체 공무원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영양군과 영덕군은 주민 대상 모의훈련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민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은 대피 실패의 구조적 원인을 실증 데이터로 짚었다. 2025년도 재난 피해 회복 수준 실태조사에서 피해자의 41.6%는 재난 영향 가능성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65.1%는 별도 대비 활동을 하지 못했다. 대피하지 못한 이유로는 57.7%가 “스스로 대피를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을 꼽았다.
정 연구관은 특히 요양병원 등 취약 시설 운영자에게 사설 구급차 확보 책임을 지우는 현행 가이드라인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자체 재난상황실이 관내외 운송 자원을 일괄 통제하는 ‘광역 대피 모빌리티 컨트롤타워’ 도입을 제안했다. 아울러 민간 이송 비용을 둘러싼 현장 혼선을 막기 위해 재난 이송 비용 표준 단가표 제정과 선(先)지원·후(後)정산 패스트트랙의 입법화를 주문했다.
임도밀도 4.3m/ha·내화수림 4년간 1540ha…예산이 정책을 못 따라갔다
보고서는 예방 관련 정책과 예산에 대해 ‘실적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산불에 강한 숲을 만드는 내화수림 조성 사업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1540ha에 그쳤다. 2026년 국고 예산은 37억 원(494ha 목표)으로 전년보다 7억 원 늘었지만, 국고보조율은 여전히 50%다. 국내 산림의 70%가 사유림임을 감안하면 현재의 예산 규모와 보조율 구조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숲가꾸기 예산도 2400억 원에서 2500억 원으로 4% 늘어난 데 그쳤다.
임도 문제는 더 구조적이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임도밀도는 4.3m/ha로 일본(24.1), 독일(54), 오스트리아(50.5)는 물론 미국(9.6), 핀란드(5.6)보다도 낮다. 산림청은 2030년까지 5.8m/ha 달성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2026년 임도시설 예산은 전년 대비 26억 원 증액에 그쳐 목표 달성이 의문시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산불진화임도 855.9km 중 759.9km(88.7%)가 국유림에 몰려 있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사유림 확충 없이는 밀도를 높이기 어렵다.
산림사업의 부실시공 문제도 새로 부각됐다. 산림청이 지난 7월 발표한 산림사업법인 실태조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1412개 업체를 현장 조사한 결과 등록 요건 충족 여부가 의심되는 업체가 900여 개에 달했고, 이 중 자격대여·중복취업 위반 78개 업체(165명)가 수사 의뢰·행정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보고서는 산림사업법인 설립요건 강화와 공개입찰 확대, 시공 능력 평가제도 도입을 과제로 제시했다.
원 과장은 예방 투자의 경제성을 국제 연구로 뒷받침했다. 그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미국 서부 대형산불 285건 분석 연구를 인용해, 산림 연료 관리가 이뤄진 지역은 산불 확산 확률이 최대 20%, 중·고강도 산불 발생이 최대 80% 감소했으며, 연료 관리에 투자한 1달러당 약 3.75달러의 편익과 5~6달러의 진화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제는 얼마나 빨리 불을 끄느냐보다 얼마나 불이 커지지 않도록 숲을 관리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고 했다.
이 교수는 여기에 시간 축을 더했다. 그는 “내화수림 조성은 단기 계획보다 30~50년 장기 또는 초장기 계획으로 수립해야 하며, 민간 소유 산지에 대한 보상·유도·지원책도 함께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론에 대해서는 “예방과 관측 측면의 효용은 크지만 진압 장비로서는 비행시간·양중 한계가 명확하다”며 진압용 R&D·장비 구매에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복구 집행률 50%, 그리고 3%라는 숫자
복구는 절반쯤 왔다. 총 복구재원 1조 8871억 원 중 2026년 6월 말까지 9433억 원이 집행돼 집행률 50%를 기록했다. 사유시설 복구는 90.2%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반면, 대규모 공사와 행정절차가 걸린 공공시설은 35.4%에 머물러 있다. 경북·경남·울산 산불피해지원 특별법은 2025년 10월 제정돼 2026년 1월 시행됐고, 주택 복구비 현실화와 임산물 복구단가 인상도 이뤄졌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건강관리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수행한 재난 심리지원 3만 3000여 건 가운데 실제 치료·관리로 연계된 비율은 약 3% 수준에 그쳤다. 관련 연구에서는 심리지원 경험자가 1.7%에 불과하고, 76.1%는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결과도 나왔다. 산불 피해지역은 원래부터 의료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병원·약국·보건소가 피해를 입으면 고혈압·당뇨·COPD 등 만성질환자의 진료·약제 공급이 끊기는 의료 연속성 공백이 발생한다. 보고서는 재난 피해자의 장기 건강관리를 법적 의무로 명시하고, 재난 후 1개월·6개월·1년·3년 등 정기 평가 주기를 표준화할 것을 제안했다.
정 연구관은 회복의 성격 자체를 다시 볼 것을 주문했다. 실태조사에서 산불 재난은 재난 후 회복률 인식이 42.7%·67.4%로 전체 평균(74.7%)을 크게 밑돌았고, PTSD 위험군 비율도 다른 재난보다 높았다. 그는 dNBR·식생회복률(생태), 이재민 재정착률(주거·인구), 읍면동 단위 카드매출액(경제), 회복탄력성·PTSD(사회·심리)를 축으로 한 장기 회복 모니터링 지표 체계를 제시하며, 3~5년 이상 연속되는 발전적 재건(Build Back Better) 모델을 제안했다.
산불폐기물 처리는 지침 2차례 개정과 공공폐자원관리시설법 개정안 발의로 부분 진전이 있었지만, 임야 수목 잔해물·가축 폐사체·사업장 철거 폐기물은 여전히 산불폐기물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부처 간 통합처리체계 구축과 공공폐자원관리시설 권역별 확충은 미이행 상태다.
임도와 산사태, 예방 벌채와 문화유산…칸막이 안에서 풀리지 않는 딜레마
보고서는 결론에서 “산림청, 소방청, 지자체, 관계 부처 간의 분절적 대응을 넘어선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이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세 명의 토론자가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도 한 지점에서 만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정 연구관은 그 필요성을 구체적 모순으로 설명했다. 산불 진화를 명목으로 한 무분별한 임도 확충이 지표 유출을 늘려 산사태라는 2차 피해를 부를 수 있고, 산림 인접 시설물 주변의 선제적 입목 제거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전통 사찰 등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임도와 산사태, 예방 벌채와 문화유산 보존은 개별 부처의 칸막이 안에서는 풀리지 않는 딜레마다.
지난 1년, 대피계획 수립은 의무가 됐고 피해주택 복구비는 현실화됐으며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산림사업법인 관리·감독, 지역 유형별 대피 가이드라인, 임산물 재해보험 대상 확대, 산불폐기물 통합처리체계, 피해자 장기 건강관리의 법적 의무화는 여전히 과제 목록에 남아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 점검에서 나타난 미흡 사항과 향후 과제들을 조속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